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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최소한의 이웃 (허지웅) / 20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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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지웅 작가가 방송에 나오기 전에 유명했었나?

마녀사냥과 미우새에 나오기 시작하면서 알게 된 작가이다.

사실 작가라는건 알았지만 그의 책은 이번에 처음 읽게 되었다.

 

교보문고에 갔을때 '최소한의 이웃'이라는 책이 베스트셀러에 올라왔었다.

그리고 집에와서 바로 주문을!!

'배송 중'이라는 단어가 뜬 걸 확인하고 기대감이 엄청났다. 

그리고 처음 접하는 산문집!!

 

 

 

첫 문장을 읽을 때 '과연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라는 걱정을 하기 시작하였다.

티비에서 말하는 거 보면 나의 스타일은 아니라고 생각했던 영향이었다.

그리고 조금씩 읽어가면서 '역시 작가는 작가다!'라고 감탄을 시작했다.

평소에 이야기 하던 모습과는 다르게 정말 생각이 깊고 문장에 힘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표지에 있는 허지웅의 사진을 계속 보게 되면서 새삼 다르게 느껴졌다.

 

잘 알려져 있지만 허지웅 작가의 과거와 그의 발언들...

그 부분만 본다면 허지웅 작가의 책을 읽을 수 없을 것이다.

사실 나는 그의 안티도 아니고 자세하게 아는 게 아니었기에 책을 읽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기에 읽지도 않고 책의 깊이를 논하기는 힘들다.

 

 

 

책을 한번 읽고나서 다시 한 번 더 읽었다.

산문집을 읽고서 느낀거지만 나와 생각이 다르다면 읽기가 정말 힘들 것이다.

그런데 나름 허지웅 작가는 나랑 생각이 비슷한 부분도 많아서 좋았던 것 같다.

 

 

 

 

 

사랑의 반대말이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누군가는 증오라고 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무관심이라고도 합니다.
저는 사랑의 반대말이 소유라고 생각합니다.
사랑은 신의를 낳습니다.
사랑하는 사람들은 서로 믿는 토대 위에서 동등하게 자유롭습니다.
소유는 불신을 낳습니다.
소유하는 사람들은 서로 불신하는 토대 위에서 상대를 통제하려다 관계를 망칩니다.
사랑하는 사람들 사이에는 규칙과 속박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규칙과 속박 없이도 신의를 저버릴 생각이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런 신의를 유지하고 지키는 일은 어렵습니다.
사랑은 시작하는 일만큼 어렵습니다.
노력 없는 신의는 맹신에 불과합니다.
신의가 깨지면 순간 둘 사이는 멀어집니다.
그렇게 가장 순수한 형태의 사랑마저 한달음에 소유로 변질하고 맙니다.
여러분은 지금 사랑하고 계시나요.
아니면 소유하고 계시나요.

허지웅의 「최소한의 이웃」 中

 

 

 

저는 희망이 고통에 대한 반사작용과 같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고통이 있으면 거기 반드시 희망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희망이 잘 보이지 않는 이유는 평정을 잃었기 때문입니다.
평정을 찾아 희망에 닿기 위해선 이미 벌어진 일에 속박되지 않고 감당할 줄 아는 담대함,
그리고 타인을 염려하지 않고 감당할 줄 아는 담대함.
그리고 타인을 염려하고 배려하는 마음이 필요합니다.
누구나 가지고 있는 마음입니다.
찾을 수 없어도 괜찮습니다.
사라진 게 아니라 다만 잠시 희미해졌을 뿐입니다.
나의 일을 감당하고 남의 닐을 염려하다 보면 반드시 평정에 이를 수 있습니다.

허지웅의 「최소한의 이웃」 中

 

 

 

부처님 말씀 가운데 가장 좋아하는 것이라면 역시 불법 안에서
"아시타비를 논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뽑지 않을 수 없습니다.
모두 아시는 코끼리 비유가 그것입니다.
제자들이 '이것이 옳다.'
아니다 '저것이 옳다' 다투고 있자,
부처님께서 눈이 보이지 않는 사람이 코끼리를 만지는 광경을 빌려 비유하셨습니다.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을 배제하고 공격하고 혐오하기 보다는 내가 생각하는 옳음을 이야기하고
상대의 옮음을 경청하는 것 그런 이후 서로의 견해를 모으고 차이를 좁혀나가는 것.
오직 그 순간 시대의 상식이 결정되고 세상이 바뀌었습니다.
무언가 옳다고 믿는 것이 있고 바꾸고 싶을 때, 부처님의 말씀을 떠올려 봅니다.

허지웅의 「최소한의 이웃」 中

 

 

 

"제일 좋은 시절이면서 가장 나쁜 시절이고,
지혜로운 시대면서 어리석은 시대고,
믿음의 세월이면서 불신의 세월이고,
빛이 넘치는 계절이면서 어둠의 계절이고,
희망의 봄이면서 절망의 겨울이었다."

소설 「두 도시 이야기」 中

 

 

 

미리 준비하는 게 나쁠 건 없지요.
하지만 다가올 미래에 대비하는 것과 단지 불안감과 공허함을 채우기 위해,
혹은 그저 만족감을 위해 주변의 염려를 묵살하고
부러 없는 고민을 만들어 하는 건 참 소모적인 일입니다.
내가 해결할 수 없는 일이나 애초 해결하고 말고 할게 없는 일에
과몰입하지 않는 지혜로움에 관한 생각해 보았습니다.

허지웅의 「최소한의 이웃」 中

 

 

 

규칙이 삶을 담아내지 못하는 경우를 종종 봅니다.
현실에서 벌어지는 일은 예상치 못할 정도로 입체적인데
오래전에 쓰여진 규칙은 그런 다양한 삶의 양태를 예상하지 못합니다.
위기 상황이 닥쳤을 때 현실을 고려하지 않고 규칙만을 고수하거나
주장하다 보면 양손으로 움켜쥔 모래처럼
손바닥 사이로 줄줄 흘러내리는 현실을 목격하게 됩니다.

허지웅의 「최소한의 이웃」 中

 

 

"신이 인간에게 미래를 밝혀주실 그날까지 인간의 모든 지혜는
오직 다음 두 마디에 있다는 걸 잊지 마세요.
기다려라. 그리고 희망을 가져라."

알렉상드르 뒤마의 「몬테크리스토 백작」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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